서울 기후 에너지 회의 2021​

공지사항

제목 ‘탄소와 거리두기’ 나선 글로벌 소비재업계2021-07-27 1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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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뉴노멀이 된 탄소경영:유통업계

“이것은 쓰레기다.(This Is Trash.)”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는 지난해 이처럼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세우며 ‘쓰레기’로 만든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바로 ‘스페이스 히피(Space Hippe)’ 컬렉션이다. 이 스니커즈는 공장과 소비재에서 나온 각종 폐기물, 일명 ‘우주 쓰레기’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만들었다. 이 쓰레기 운동화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국 한정판 신발거래 리셀 플랫폼 ‘StocX(스탁엑스)’가 선정한 ‘2020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 또 이 ‘쓰레기 신발’은 스탁엑스에서만 약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어치가 팔렸다. 스탁엑스는 스페이스 히피가 올해도 나이키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봤다. 이 여세를 몰아 나이키는 블랙&화이트 뿐이었던 컬렉션에 멜론틴트와 옵시디언 컬러를 추가하며 마니아층을 늘려가고 있다.

나이키의 ‘쓰레기 신발’은 탄소발자국 지우기에 나선 글로벌 기업 동향의 일부일 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혹한, 폭우 등 기상 이변과 일상이 된 자연 재해, 생태계 변화, 해수면 상승, 여기에 최근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까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나서면서 나이키, 아디다스, 네슬레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도 저탄소, 탈 플라스틱 등을 앞세워 ‘탄소와 거리두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쓰레기 신발에서 리퍼브 신발까지...‘탄소 제로’ 향해 질주하는 나이키

    나이키는 2019년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캠페인을 시작하고,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탄소 제로’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브 투 제로 캠페인의 목표는 ‘제로 탄소’, ‘제로 폐기물’이다. 2030년까지 회사가 소유, 운영하는 시설 전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65%까지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30%까지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 일환으로 최근 나이키는 환불된 신발을 새 단장해 되파는 ‘리퍼브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신발에 ‘제2의 생명’을 부여해 버려지는 신발 폐기물을 줄인다는 취지다. 단, 구매 후 60일 안에 반품되거나 기증된 제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옷을 팔면서 옷을 사지 말라?…‘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의 역발상

    1973년 문을 연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은 오로지 ‘환경보호’다. 파타고니아는 1991년 사명 선언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27년 만인 2019년에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로 사명 선언을 변경,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방향성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2011)’라는 파격적인 카피를 앞세운 광고 역시 파타고니아의 이런 경영 철학을 잘 보여준다. 옷을 많이 사 입는 것보다 한번 산 옷을 오래 입거나 아예 소비하지 않는 것이 환경보호에 더 이롭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이 광고가 나간 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40% 이상 뛰었다.

    파타고니아의 친환경 행보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과 무관치 않다. 파타고니아의 모태는 등산 장비 공급업체 ‘쉬나드이큅먼트’다. 전문 등반가였던 쉬나드 CEO는 암벽 등반 시 바위 틈새에 박아넣어 디딤돌 역할을 하는 강철 피톤을 만들어 팔았다. 그러던 중 그는 피톤이 암벽을 훼손시킨다는 걸 깨닫고 관련 사업을 단계적으로 철수, 피톤을 대신할 ‘헥센트릭스’와 ‘스타퍼’라 불리는 알루미늄 초크스톤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후에도 쉬나드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산악용품들을 선보였다. 환경 피해를 줄인 기능성 원단 캐필린, 신칠라를 개발했고, 환경 운동을 위한 ‘십일조’를 회사에 약속하며 매출의 1%, 또는 이익의 10% 중 큰 금액을 기부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쓰레기를 늘리지 않도록 평생 수선을 책임지는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유통 공룡 월마트와 협력해 만든 지속 가능한 의류연합 허그지수는 파타고니아의 공장 외에도 수천 개의 공장이 소비, 오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도움을 준다.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 에너지로… 스타벅스·네슬레의 저탄소 경영

    글로벌 식음료 업계도 저탄소 경영에 팔을 걷었다. 스타벅스는 최근 2030년까지 커피 생두 생산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생두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물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해 ‘자원 포지티브’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스타벅스는 이를 위해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매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줄일 계획이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커피 찌꺼기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커피박 펠릿(고형연료)을 바이오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네슬레는 에너지 생산 공장, 원료 공급을 위한 수거 부서,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고 ‘제로 에너지 공장’을 목표 삼아 커피 찌꺼기를 대대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마운틴듀’, ‘퀘이커’ 브랜드를 생산하는 글로벌 식음료업체 펩시코도 올해 초, 2030년까지 모든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펩시코가 지금까지 내걸었던 목표치의 2배가 넘는다. 이를 통해 자동차 약 500만 대의 1년치 배출량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2600만 톤가량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회장 겸 CEO는 “기후변화는 심화하고 있다”며 “대처가 늦었을 경우의 비참한 결과를 생각하면, 우리의 계획을 앞당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은 세계 식음료 업계를 선도하는 펩시코의 핵심 사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