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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뉴스] 창간 10주년_성장지상주의가 부른 비극2020-10-15 13:50:11

성장중심의 경제 발전, 코로나 재확산·양극화로 번져…대좌절 아닌 대재설정 되려면 우리 역할 재정의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현대사에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시험대 중 하나가 돼 가고 있다. 

감염병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각종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파괴적인 질병은 무엇보다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는 국제사회의 지나친 성장지상주의와 경쟁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한편, 그동안 경제 논리 등에 밀려 외면하고 등한시했던 분야들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녔는지를 부각했다.



◇코로나19, 소외된 것들의 반란 =이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가장 경종을 울리고 있는 분야는 바로 환경이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는 야생동물에서 전파된 인수공통감염병의 하나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새롭게 발생하는 감염병의 75%가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환경계획(UNEP)이 국제축산연구소(ILRI)와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 원인으로 △동물 식용 △난개발로 인한 산림 파괴 △기후변화 등이 꼽혔다. 

무분별한 자연 파괴 행위와 난개발이 갈 곳을 잃은 동물들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좁혀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을 높였으며,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한 인재(人災)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환경 및 생태계 파괴 행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이윤 달성과 고도화된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뒤로 제쳐뒀던 환경의 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첨단기술 산업은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 같은 오염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대신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 파괴를 일으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토양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지정한 토양 정화 대상 지역인 슈퍼펀드 지역은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산타클라라에서만 23곳이나 된다.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각국이 공중보건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다수의 국가는 의학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감염병 대응의 기초가 되는 공중보건 시스템은 등한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질병의 예방과 발견, 대응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의미하는 공중 보건은 사회 안정을 위한 토대임에도 많은 국가가 이를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전역에서 공공의료 예산 및 인력이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공보건 인력의 경우 2009년 이후 4분의 1이 줄어들었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취약해진 각국의 공중보건시스템이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성장·경쟁 지상주의에 경종 = 팬데믹 경고에도 각국이 경제 재개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재확산을 초래한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장에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성장 및 경쟁주의 속에서 심화한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NPR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 논리에 따른 선진국들의 민영화 추진은 기존에는 무료이거나 저렴하게 제공됐던 서비스의 비용을 증가시켰다. 

올해 5월 제이콥 아사 미국 뉴스쿨 경제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민간 의료비가 10% 많은 나라일수록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85% 증가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의료 시스템의 민영화로 인한 단기적 이익을 장기적 위험과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경제적 문제로 인해 늦춰졌던 에너지 전환 문제에도 경종을 울렸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파리기후협약에서 명시해놓은 목표보다 늦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전기의 중요성과 안정적 수급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를 심어준 것이다. 

미국은 봉쇄 조치를 내린 10주 동안 재생에너지 소비가 40% 늘었고, 인도에서는 45% 급증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전기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줬다”며 “우리 시대의 주요 도전인 에너지 전환을 각국 정부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내년도 회의의 주제를 ‘대재설정(Great Reset)’으로 정했다.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코로나19 사태를 ‘대좌절(Great Rversal)’이 아닌, ‘대재설정’의 계기로 삼아 극복하자는 의도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소외됐던 환경과 공중보건 등 기본 가치부터 되짚어야 할 것이다.






최혜림 수습 기자

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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